제 15 구간: 늘재 – 3.5 – 청화산 – 4.2 - 조항산 – 1.2 – 고모령 – 2.5 – 밀재 – 1.5 – 대야산 – 1.1 – 촛대봉 – 2.7 – 버리미기재
도상거리: 14.9 Km / 9시간
2002년 10월 26 / 27일 잔디밭 산악회 (눈 / 흐림)
참으로 오랫만에 잔디밭 산악회에 참여했다. 8월 15일 우두령 – 추풍령 구간 종주 후에 이제야 잔디밭에 합류하는 것이다. 미안한 마음으로 종합시장 주차장에 도착하니, 9시 30분이 조금 지났는데도 벌써 자리가 가득차고 빈자리가 거의 없다. 전영범씨 부부 (??) 일행이 반갑게 맞이한다.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빈 좌석은 없는듯하다. 운전수 뒷좌석에 배낭을 내려 놓고 일단 좌석은 좁지만 자리를 잡았다. 버스가 양재에 도착하니 거기서 일행이 또 탄다. 도저히 좁아서 안되겠다. 자청하여 봉고차로 옮겨 탔다. 김경일씨와 거촌이 자리잡고 있다. 의자를 뒤로 제치고 드러 누웠다. 이렇게 편한 것을 왜 비좁은 곳에서 고생이람. 오창을 지나니 비가 온다. 올 여름 우중 산행에 질렸는데 또 이 추운 날씨에 비 속을 걸을 것을 생각하니 끔찍하다.
03:40 늘재 (380m). 다행이 늘재 부근에 오니 비는 오지 않는다. 그러나 바람이 세차게 분다. 어느새 가을은 사라지고 겨울이 왔단 말인가? 자켓 모자를 썼다. 청화산을 향해 출발했다. 추운 날씨에는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덜 추운데, 가다 멈추다 한다. 못 보던 대간꾼이 있다 했더니 초보 내지 처음 나온 분들이 헤매는 모양이다. 한 두명씩 뒤로 빠지고, 어느새 중간 선두쯤 되나 보다. 어둠속에 눈이 보인다.
05:00 청화산 (984m). 청화산 정상에 다다르니 대장이 있다. 드디어 선두 그룹과 만났다. 어둠속에서 사진이 제대로 찍힐지 의문이 이지만 기념사진 꾹누르고 출발! 첫눈이 왔다십더니, 온통 주위가 하얗다. 단풍 구경은 어디 가고 겨울 산행이란 말인가? 어쨓든 흰 눈을 배경으로 다시 한방 찍고 조항산에 오르다.
07:20 조항산 (961.2m). 바람이 세차게 분다. 제대로 쉴 수가 없다. 어느새 김욱동 선배가 따라 왔다. 아니 어찌된 일이 세요? 일행은 어찌하고. 청화산을 오르다가 포기하고 돌려 보냈단다. 여자 셋이서 등산할 폼이 아닌데 속으로 걱정했었는데 일찍감치 포기하다니 다행이다. 김 선배는 진행하다가 더덕 캔다고 옆으로 샌다.
07:50 고모령. 고모치에 도착하니 장 총무와 선두 일행이 있다. “아니 후미 가이드하다 선두 서더니 쉬지도 않고 가는 거여, 먹어 가면서 산행도 해야지”. 겨우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아침 요기를 했다. 장현우 총무는 컵라면을 먹는다고 물을 끓인다. 집사람이 정성들여 싸준 김밥을 먹고 나니 추워서 못 있겠다. 전영범씨가 우리 먼저 가자고 재촉한다.
셋이서 밀재로 먼저 출발했지만, 이내 전형 부부가 뒤로 처지더니 보이지 않는다. 애라 모르겠다. 나 홀로 대간이 별건가 이렇게 혼자 하는 것이지. 그러나 다행이도 몇 명이 지나간 자욱이 눈이 온 관계로 선명하다. 앞에 간 사람이 알바을 않는다면 나 또한 걱정할 이유가 없다. 세분이 쉬고 있다. 간단이 추월하고 조금 진행하니 한 분이 가고 있다. 가파른 길을 내려와 밀재에 도착했다.
09:20 밀재. 2001년 8월 15일 UP 산악회을 따라서 버리기미재에서 이곳 밀재까지 왔다가 월영대로 하산한 곳이다. 나에게 백두대간에 도전할수 있도록 확신을 준 계기가 된 산행지였다.
대야산을 오르는데 가파르다. 대문바위 / 코끼리 바위을 통과하여 오르는 사이 일행은 어디 갔나 없다.
10:05 대야산(930.7m). 로프을 잡고 대야산에 오르니 대간꾼은 어디 가고 없고, 일반 등산객 두명과 햄을 하는 두명이 있다. 간식과 물을 마시고 있으니 멀리 회원들이 올라 온다. 기다렸다가 같이 촛대봉을 향해 돌격 앞으로. 그러나 맨 앞 선두가 피아골쪽으로 간다. 올바른 길을 알려 주고 내려 오는데, 와 하산길이 이렇게 달라 졌나 싶다. 예전에 오를때는 그래도 지지대가 있었는데 오늘 보니, 유격훈련 아닌가 싶다. 다리 짧은 사람은 어떡하라고 디딜 곳이 마땅치 않다. 대장이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후미클럽이 오늘 오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한마디씩 한다.
11:05 촛대봉 (668m). 촛대봉을 지나 불란치재에 도착하여 간식을 먹고 마지막 봉우리에 도전한다. 오늘 도상거리는 짧지만, 오르내림이 심하고 고도차가 커서 힘들다. 다리에 쥐가 날려고 한다. 김경재는 먼저 앞으로 치고 나가고 나머지는 모두 힘들어 하며 처진다.
12:05 곰넘이봉 (733m). 이 봉우리만 넘으면 버리기미재다. 힘내어 완주하다.
12:40 버리기미재. 다리 밑에서 씻을까 하고 갔지만 물도 별로 없고 너무 차가워 목욕은 포기하고 머리 감고 세수로 끝냈다. 억새가 눈 바람에 흩 날린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 바람, 눈 이 모두가 겨울 산행을 방불케 한다. 삼겹살에 소주로 허기를 때우고 봉고차에서 김종국 대장, 김경재, 김경일씨와 함께 한숨자다.
오늘로 대간 완주하시는 최상기 / 조붕연 선배가 대야산에서 피아골쪽으로 잘못 가서, 알바를 하고 오신단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진다. 두 노인네가 고생을 너무 심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고 있을 때 5시가 넘어서야 나타나신다. 안도의 숨과 함께 완주 축하 박수를 보낸다. 양재에 도착하니 강은수씨와 먼저 온 거촌, 장현우, 두 아가씨, 의정부 아저씨 등이 먼저 자리를 잡고, 반가이 맞이 한다. 삼겹쌀, 소주에 이어 선 총무가 양주를 갖고 합류한다. 이어 노래방에서 흥겨운 2차가 이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