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 구간: 고치령 – 3.2 – 미내치 – 2.8 - 1096.6 – 2 – 마구령 – 4.9 – 갈곳산 – 1 – 늦은목이 – 1.9 – 선달산 – 5.3 – 박달령 – 3.1 – 옥돌봉 – 2.7 - 도래기재
도상 거리: 24.8 Km / 9시간.
2002년 11월 2 / 3일 크로바 산악회 (흐림 / 맑음)
이번 산행은 고치령에서 박달령까지 가서 오전 약수로 하산하여 마무리한단다. 고민끝에, 혼자서 도래기재까지 가서 최악의 경우에 영주를 거쳐 서울로 돌아 올 각오을 하고 출발했지만 내내 갈등이다. 2시에 좌석리에 도착했는데 3 시가 넘도록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대장을 깨워 언제 시작할 것인지 물어 보았더니 일기가 좋지 않아 기다리는 중이란다. 3시 30 분이 넘어서 대장이 밖을 살피고 돌아 오더니 출발 준비를 시킨다. 이내 트럭이 우리앞에 나타난다.
03:40 좌석리에서 고치령까지 트럭을 타고 가는데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이런 벌이 없다. 추위속에서 다리를 바꿔 가며 간신히 버티는데 고치령에 다다랗다. 곧이어 택시 한 대가 따라와 섰다. 부산에서 나 홀로 대간에 참여 하는 대간꾼이란다.
04:00 고치령 (760m). 고치령 신령각 (古峙嶺神靈閣) 자리 북동쪽 헬기장에서 남동쪽 능선으로 진행. 오늘 산행은 불과 열 대여섯 명 안팍이다. 일부러 중간 끼어 산행을 시작했다. 선두에서 살짝 내린 눈과 성애 등을 제거한 다음에 가야 좋다.
05:00 미내치 (美乃峙, 830.1m). 미내치를 지나면서 일부는 뒤로 빠진다. 할 수 없이 다시 선두 대열에 참여 하면서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06:00 1096.6m봉. 삼각점 (예미 317, 2004재설) / 헬기장. 오늘 하루 어떻게 도래기재까지 갈까 고민하는 사이 마구령에 다다랗다. 다른 사람들은 이내 마음도 몰라 주고 천천히 가자고 한다.
06:35 마구령 (馬駒嶺, 820m). 마구령을 조금 지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언덕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날씨가 추우니 보일러를 땐다고 술이 오간다. 하는 꼴이 점점 늘어 질것 같다. 양주 한잔을 얻어 마시고 나홀로 대간에 들어 갔다. 뒤를 돌아 봐도 아무도 쫓아 오지 않는다. 날은 샜지만 아직 이른 아침이라 조금 무섭다. 멀리서 사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일부러 헛기침도 하면서 부지런히 걸었다. 앞에서 4 명이 다가 온다. 상대방도 조금 반가운 모양이다. 가랑잎이 많이 쌓여 길이 잘 보이지 않는 곳도 있었는데 다행이다.
08:40 갈곶산 (966m) / 봉항산 갈림길. 사진을 찍고 (동행인이 없으니 팻말을 모델 삼아 꾹 찍고) 늦은 목이로 내려 왔다. 여기까지 소백산 국립 공원인 모양이다.
08:55 늦은목이 (800m)
09:40 선달산 (1,236m). 선달산은 한자로 (仙達山/신선이 놀던 곳) 또는 先達山 (먼저 올라야 한다는 뜻)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이후 선달산은 계속 오르막 길이다. 부지런히 도래기재까지 갔다가 오전 약수에서 대간팀과 합류하려는 욕심에 무거운 발을 계속 옮겼다. 이윽고 선달산에 도착하여 바로 박달령으로 발길을 옮겼다. 조금만 가면 되겠지, 혹시 대장이 올라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갖고 부지런히 걸었다. 늦은 목이까지는 중간 중간에 거리 표시를 Km로 되어 있었는데 선달산부터는 시간으로 표시하여 있다. 지루한 길을 한 시간 넘게 걷고 나니 박달령이 보인다.
11:00 박달령 (1,009m). 헬기장과 산신각이 있다. 시간을 보니 11시다. 대장이 2시쯤에 오전 약수를 출발한다 했으니 앞으로 3시간이 남았으니 충분하다. 1 시간이면 옥돌봉, 또 한 시간이면 도래기재까지 갈 수 있으리라 마음 먹고 사과를 먹으면서 잠시 쉬기로 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옥돌봉은 무척 힘들다. 조금 오버페이스도 했겠지만 새벽에 쪼그리고 앉았던 것이 패착인 듯 다리가 무척 무겁다. 한발 한발 오르는데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 온다. 혼자 걸을 때는 외로왔는데 이제야 산행 하는가 싶다. 조금만 더 가면 되겠지 하고 올라 가면 역시나 또 다른 봉우리가 앞에 있다. 마지막에는 옥돌봉과 옥석산 표시가 다르게 되어 있다. 옥석산 / 주실령 과 옥돌봉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5 분 가량 오르면 옥돌봉이다.
12:10 옥돌봉 (1,242m). 핸드폰을 켰다. 그러나 수신 안테나가 생겼다 사라지곤 한다. 이리 저리 움직여도 마찬가지다. 조금 내려 오니 통화가 터진다. 대장에게 먼저 옥돌봉에서 한 시간이면 도래기재에 도착하고 이내 택시로 오전 약수터로 갈 것이니 기다리라고 전화하고, 백두대간 산장에 전화를 했다. 아무리 신호가 가도 아무도 받지 않는다. 정재범 춘양 택시로 전화를 했다. 인터넷에 택시 기사을 칭찬하는 글이 여러 번 올라 있었다. 1시 20분에 만나기로 하고, 내리막 길을 줄 곳 내려 오니 도래기재다.
13:00 도래기재. 관광 버스가 한대 서 있고 등산객 서너 명이 라면을 끓여 먹고 있다. 등산 표지판을 보고 있는데 바로 택시 가 왔다. 아직 20 분이 남았는데 벌써 오다니. 택시에 몸을 싣고 오전 약수에 도착하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13:20 오전 약수. 30,000원쯤 받겠지 생각했는데 25,000원이란다. 기사는 트렁크를 열더니 비닐 봉지에 가득한 사과를 주셨다. 그냥 가져 가면 차에서 다 빼낀다며, 배낭에 넣어 가란다. 차 안에 선두 몇 명과 아마 중간에 탈출한 몇 명 밖에 없다.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수와 머리만 감았다. 주실령에 관광버스가 두 대 있더니 이곳 주차장으로 옮겨 왔다. 아마 도래기재에서 옥돌봉을 거쳐 박달령으로, 주실령에서 옥석산을 거쳐 박달령으로 내려와서 이곳 오전 약수로 하산하는 당일 산행팀인 모양이다.
대장이 김치찌개에 소주 서너 잔을 마시고 차에서 쉬었다. 후미는 4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여유를 갖고 산행 할수 있었는데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