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백두대간
대간(大幹)이란 큰 줄기를 뜻하며, 백두대간(白頭大幹)이란 백두산(白頭山 2,750m)에서 시작하여 계곡이나 강을 건너지 않고 산줄기만으로 지리산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큰 줄기를 말한다. 즉 백두대간은 우리 땅의 골간을 이루는 한반도의 등뼈이며 이는 우리 땅 전체가 남과 북이 하나의 대간으로 이어져 있음을 뜻한다.
조선시대에 산줄기는 각각 1개의 대간(大幹)과 정간(正幹), 13개의 정맥(正脈)으로 인식되었다.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갈라진 산줄기는 모든 강의 유역을 경계 지었다. 동해안, 서해안으로 흘러 드는 강을 양분하는 큰 산줄기를 대간, 정간이라 하고, 그로부터 갈라져 각각의 강을 경계 짓는 분수산맥(分水山脈)을 정맥이라 하였다. - 이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 산이 곧 분수령이다. 따라서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이라는 원리를 따른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조선 초부터 지도상에 반영되어 왔으며, 18세기 지리학자인 여암 신경준의 영향을 받은 이가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산경표』에서 체계적으로 정립되었다. 이후 19세기에 고산자 김정호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대동여지도>는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지도라 할 수 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동쪽 해안선을 끼고 남쪽으로 흐르다가 태백산 부근에 이르러 서쪽으로 기울어 남쪽 내륙의 지리산까지 이르는 거대한 산줄기로, 이 땅을 대륙과 이어주는 뿌리이자 줄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산을 물줄기처럼 끊이지 않는 맥으로 보았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산과 강이 공존하여 산은 물을 낳고 물은 산을 가르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비록 높은 두 산이 이웃해 있어도 사이에 물이 있으면 산줄기는 돌아갔으며 평탄한 지역의 독립봉이나 평야에도 면면이 지맥이 흘러 바다까지 이어졌다. 이것은 우리의 모든 산이 그 고저를 가리지 않고 나무와 가지와 줄기처럼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전면적인 국토인식을 뜻한다.
총 길이는 1,625여km이며, 백두산(2,750)과 지리산(1,915m)의 사이에 북쪽의 2000m급 고봉들과 금강산 (1,613m), 설악산(1,708m), 태백산(1,667m), 속리산, 덕유산(1,614m)을 품고 있다. 이 가운데 남한 구간은 지리산에서 향로봉까지 약 690km에 이른다.
대간을 중심으로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간 산줄기들은 지역을 구분짓는 경계선이 되어 각지의 언어, 습관, 풍속 등과 부족국가의 영역을 이루었고, 삼국의 국경을 비록한 조선시대의 행정경계가 되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도 자연스러운 각 지방의 분계선이 되었다. 따라서 백두대간은 이 땅의 지세(地勢)를 파악하고 지리를 밝히는 근본이 된다.
2. 산경표
『산경표』의 지은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있습니다. 여암 신경준이 지은 것으로 추정하는 설과 1800년대 초기에 어떤 이가 여암 신경준이 지은 책을 참고로 하여 편찬한 것으로 추정하는 설이 있다.
전국의 산줄기를 하나의 대간(大幹), 하나의 정간(正幹) 그리고 13개의 정맥(正脈)으로 규정했다. 여기에서 다시 가지 친 기맥(岐脈)을 기록했으며, 모든 산줄기의 연결은 자연지명인 산이름, 고개이름 등으로 하고, 기술은 족보 기술법을 따르고 있다. 수록된 자연지명은 모두 1,650여개이며, 이 중 산이름과 고개이름이 1,500여 개이다. 산이름의 기록은 '三角山一名負兒山山在京北三十里楊州三十九里分二岐'와 같이 산의 다른 이름과 그 산의 위치, 그리고 그 산에서 가지 친 또 다른 맥줄기의 수를 기록해 놓았다.
여기에 나타난 우리 산의 산줄기이름과 순서대로의 이름들이 백두대간, 장백정간(長白正幹), 낙남정맥(洛南正脈), 청북정맥(淸北正脈), 청남정맥(淸南正脈), 해서정맥(海西正脈), 임진북예성남정맥(臨津北禮成南正脈), 한북정맥(漢北正脈), 낙동정맥(洛東正脈),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 한남정맥(漢南正脈), 금북정맥(錦北正脈),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 금남정맥(錦南正脈), 호남정맥(湖南正脈)이다.
산줄기 이름의 특징은 산이름으로 된 것이 백두대간과 장백정간 두 개, 해서나 호남처럼 지방이름으로 된 것이 두 개이고, 나머지 11는 모두 강이름에서 따와 그 강의 남북으로 위치를 표시하고 있다. 산줄기의 순서 역시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백두대간을 중심 산줄기로 하고, 이에서 가지 친 장백정간과 낙남정맥(이 산줄기를 장백정간과 같이 낙남정간으로 기록한 본도 있다.)을 우선하고, 백두대간의 북쪽으로부터 가지 친 차례대로 그 순서를 정했다.
이와 같이 산줄기 이름을 강에서 따온 까닭은 정맥의 정의를 강유역의 경계능선, 즉 분수령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정의는 그 강의 위치, 유역의 넓이, 모양을 간명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하였으며, 이는 지리인식을 높여 활용의 의미를 중요시한 것으로 보인다. 순서의 의미는 백두대간의 북단으로부터 차례대로 강과 그 유역을 파악하여 지형지세를 쉽게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이다. 특히 산줄기의 이름을 강이름과 연관하여 부여한 것은 산이 곧 그 강을 이루는 물의 산지라는 당시의 지극한 상식을 담고 있다.
3. 일인(日人) 고토의 지질구조론적 산맥관 (참고: 고토 분지로와 '조선산악론')
우리가 배워온 산맥의 이름들은 장백, 마천령, 낭림, 강남, 적유령, 묘향, 언진, 멸악, 마식령, 태백, 추가령(구조곡), 광주, 차령, 소백, 노령 등이다.
산맥을 『국어사전』에서는 '여러 산들이 잇달아 길게 뻗치어 줄기를 이룬 지대'라고 정의하고 있고, 『지형학사전』에서는 '산지가 선상으로 길게 연속되어 있을 경우, 이것을 산맥이라 한다. 산맥은 하나의 산계 가운데 동일한 원인으로 형성되어 공통된 형성사를 갖는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앞의 것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을 술회한 정도이고, 뒤의 것은 지질학적인 의미가 담겨 전문적이다.
현재의 한반도의 산맥과 그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일본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小藤文次朗)가 1900년과 1902년 두 차례에 걸쳐 14개월 동안 우리나라의 지질을 조사했고, 그 결과를 1903년 동경대학기요(東京大學紀要)에 'An Orographic Sketch of Korea(조선산악론)'이라는 논문과 지질구조도(1:2,000,000)를 발표한데서 비롯했다. 이 논문은 한반도의 지질과 지형연구에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이 일본인의 궁극적인 목적은 합방 이후 감행한 수탈의 기초 조사였다.
현재의 산맥은 일반 상식적인 산맥과는 달리 지질구조선, 즉 암석의 기하학적인 형태와 이것들의 삼차원적인 배치를 기본선으로 하고 있다. 즉 땅속의 맥줄기를 산맥의 기본개념으로 한 것이다. 따라서 광주산맥이 금강산 북쪽 언저리에서 시작되어 북한강 서쪽으로 건너 북한산에 이르고, 다시 남쪽으로 한강을 건너 관악산과 광교산으로 이어진다. 차령산맥은 설악산과 오대산 근처에서 시작되어 남한강을 건너 금강 하류를 끼고 돌아 대천 뒤쪽으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예는 다른 산맥에서도 마찬가지로 강이나 내를 건너뛰고 자연히 능선과 능선을 넘나들고 있다. 이것은 산맥이라는 개념 자체가 땅 위의 어떤 선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땅속의 구조선을 기준하고 있으므로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지리학과 지질학은 현대과학으로 그 구분이 명확함에도 우리는 1세기 전의 전근대적인 산맥개념을 아직도 고집하고 있다. 일본은 지질구조 개념의 산맥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바꾼 지 이미 오래다.
4. 잊혀진 백두대간 1980년대에 부활
사장되었던 백두대간이 다시 알려진 것은 1980년대 초반이다. 지도를 만드는 이우형씨 등이 「산경표」를 발굴하여 옛 개념을 되살린 것이다. 대간 종주가 진지하게 시작된 것은 88년 한국대학산악연맹 49명의 대학생이 종주기와 백두대간을 연회보 「엑셀시오」에 소개하면서 부터이고, 그 후 월간「사람과 山」이 창간 1주년 기념으로 90년 11월호부터 백두대간 종주기사를 연중특집으로 다룸으로써 전국 산악 동호인들에게 백두대간 종주붐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대학생들이 아니고서야 60일이란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
직장인들은 1달에 두 번 정도 주말을 이용하는데 완주하자면 약 2년 정도가 걸린다. 웬만한 각오로는 힘든 일이다. 이런 점을 이용해 전국 안내산악회 가운데 절반 이상이 매주말 백두대간 구간 종주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40대 이후부터 70세까지 중장년층 등산 동호인들에게 특히 각광받고 있다. 백두대간은 오천년 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이어져온 한민족의 공간적 터전이다. 통일조국의 미래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우리 산줄기의 기본 개념인 백두대간을 원상복구하는 것은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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